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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교육 /엄마와 공부하기

리터니 독서의 시작 - 학습만화


미국에서 5년을 사는 동안 아이가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생활 한국어를 가르치기는 했지만, 

깊이 있는 독서를 하거나 자기 나이에 맞는 수준 높은 한국어 단어, 혹은 한자어를 학습한 적은 없었다. 


4학년으로 들어와 첫 등교 후, 학교에서 "지구 온난화의 피해 사례에 대해 조사해오기"라는 숙제가 나왔다.


- 원아,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니?

- Actually I don't know mommy


- 지구가 뭘까?

- Globe


- 온난화는?

- 당연히 모르지


- 피해는?

- I know mommy, it' means "RUN AWAY~"


이런 아이가 학교 교과만 간신히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일이었다. 

한국어도 된 4학년 수준의 책을 읽히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돌아온 지 1년이 다 되가는 지금도 아이는 영어로 된 책읽기를 즐긴다. 


그러나 한국책을 읽는 것을 어려워 하던 아이가 스스로 읽고자 골라온 책은 "Why 시리즈"였다. 

만화로 되어 있어,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구성이 되어 아이의 흥미를 끌었나보다.


많은 전문가가 이야기 하듯이, 학습만화는 많은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으로는 우리 아이처럼 한국어가 미숙한 아이, 혹은 한국에서 컸지만 책읽기를 즐겨하지 않는 아이들이

처음 독서를 시작하거나, 지속적인 독서 습관을 잡을 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다양한 지식들을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익힐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서점들의 아동 서적 베스트 목록은 대부분 학습만화로 채워진다고 한다. 


그러나 국문학도로써, 또한 지속적으로 아이들에게 논술 및 언어 영억을 가르쳐 봤던 경험으로 

학습 만화는 다양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이들은 단편적이고 흥미 위주로 된 학습 만화의 구성에 익숙해져 

깊이 있는 사고력을 요하는 정식 책읽기를 꺼리게 된다. 

또한 어떤 사실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여 자신의 논리를 펼치기 보다는 

정보의 나열 및 확인 그리고 만화적 재미만 추구하여 

독서가 주는 가장 큰 장점인 깊이 있는 사고력 향상 및 논리력 상상력 향상과 같은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리터니들의 첫 독서로 학습만화를 추천하는 편이다. 


아이들은 만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문맥 속에서 본인의 어휘를 늘리거나 

미국에서 혹은 다른 국가에서 그 나라 언어로 배워온 배경 지식을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대치시킬 수 있다.

또한 언어의 미흡으로 인해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극심한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 때까지 어휘로 인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읽히는 것이 좋을까?


1. 처음에는 전집으로 사주기 보다,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 혹은 서점에 가서 먼저 아이의 취향을 파악해 본다. 

   어떤 아이들은 과학 만화, 어떤 아이들은 영웅들의 모험을 기반으로 한 한자 만화, 혹은 역사적 사실을 소개해주는 역사 만화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사기 보다는 본인 아이가 원하는 책들을 빌려 읽히거나 단권으로 산 후

   아이의 요청이 있을 때 전집으로 사주는 것이 좋다. 


2. 하루에 한 두권 , 권수를 제한하자.

   만화다 보니 권수를 제한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만화책만 읽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다보면 꼭 해야 할 공부를 못 하거나, 영어로 된 챕터 북, 혹은 한글로 된 정식 책을 멀리하기 쉽다. 

   아이와 잘 이야기 하여, 하루에 보는 책의 양을 정하거나 만화책 두권에 챕터북 한권 등과 같은 합리적인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 


3. 아이와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하자. 

   이건 꼭 학습만화에만 해당이 되는 내용은 아니다. 

   수없이 독서 교육을 진행해 본 결과, 본인이 읽은 책의 내용을 엄마에게 이야기 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사고력과 논리력은 향상이 된다. 

   input이 있었으면 자연스럽게 output이 있어야 아이의 머리 속에서 내용이 정리가 되고, 본인의 의견이 정립이 된다. 

   가능하다면 독서록을 간단하게 적어보는 것도 좋다. 


4. 사회, 과학의 단편적인 지식 습득의 수단으로 활용하자. 

   개인적으로 역사와 같은 흐름이 있는 주제, 혹은 위인들의 삶과 같이 가치 판단이 필요한 주제, 혹은 깊은 사고력을 요하는 철학 주제는

   학습 만화보다는 글밥이 적은 저학년용 책으로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사고력 보다는 정보의 양 및 정확한 이해를 요하는 사회 과학 분야의 책들을 학습만화로 읽도록 지도하자. 


5.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의 책을 읽도록 독려하자. 

   아이가 어느 정도 Why를 읽은 후, "앗 시리즈"를 사주었다. 

   그림이 어느 정도는 있지만, 글 중심의 책으로 독서 수준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지도한 것이다. 

   비슷한 주제의 책으로 자연스럽게 갈아탈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아이는 만화책과 일반책의 차이 및 장, 단점도 스스로 비교하기도 하고

   이미 익힌 어휘 및 배경 지식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학습 만화는 잘 활용하면 리터니가 자연스럽게 한국어 독서를 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